나의 야동 관찰 일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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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동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짝이었던 민뽀라는 녀석 때문이었다.

지금은 인터넷, 핸드폰 등으로 쉽게 야동을 접할 수 있는 정보의 홍수, 빅 데이터의 시대라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야동을 감상할 수 있는 아날로그 시대였다. 그런 시기에 집이 여관을 하던 민뽀는 우리 학년 야동 유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물 같은 존재로서 멕시코에 마약왕 구스만이 있다면 우리 학교에는 야동왕 민뽀가 있었다.

친구들은 그런 민뽀와 절친이며 짝이었던 나를 “너는 야동 실컷 볼 수 있어서 좋겠다!” 라고 부러워했지만 그 당시 자취방에 비디오 플레이어도 없고

일단 여자 자체에 큰 관심이 없던 나는 민뽀가 야동왕이던 대물이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학교 일진들에게 매일 같이 수난당하며 살던 야동왕 아니 민뽀를 도와준 일이 있었는데, 그 날의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민뽀는

자기네 집에 놀러가 함께 짜장면이나 먹으면서 스티븐 시걸의 영화나 보자고 나를 유혹했다. 앵두 같은 앙증맞은 입술을 한 귀여운 얼굴로

무표정하게 악당을 격퇴하는 스티븐 시걸님을 이소룡 사후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라 믿으며 존경하던 나는 녀석의 유혹을 거절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주로 권총으로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배불뚝이 전직 형사로 나오는 스티븐 시걸 할아버지이지만, 그 당시 스티븐 시걸님은 화려한 하이킥과

취권을 사용하지 않아도 현란하게 춤추는 듯한 손동작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극강의 사나이였다. 민뽀 녀석과 짜장면을 먹으며 복수무정을

본 뒤 나는 민뽀에게 “야! 복수무정 같이 좀 센 영화 없냐?” 라고 물었다. 민뽀 녀석은 “센 거? 당연히 있지!” 하면서 제목이 없는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꺼냈다. 누구의 필체인지 알 수 없는 사인펜으로 쓰인 제목은 <파괴자 람본> 이었다.

“성성아 이거 정말 센 거야. 흐흐흐.”

그때 나는 민뽀가 꺼낸 그 테이프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정말 세긴 셌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자취방에 돌아와 잠들기 전까지 낮에 봤던 파괴자 람본이 떠올라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청양고추 봤던 나는 ‘ 양놈이라고 커 봤자

풋고추 수준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람본 아저씨의 제철에 나온 듯한 덜렁거리는 거대 가지를 처음으로 본 충격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 내 몸에 저런 거대 가지가 달려있다면 제대로 걸어 다닐 수 있을까. 람본 아저씨는 일상생활 하실 때 많이 불편하시겠다.” 라는 생각을 하다

“그래 오늘의 기억을 글로 쓰자!”

나는 파괴자 람본을 본 소감과 장면을 묘사하는 글을 썼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이 영화에 보완점 (내 기억으로는 아마 연출과 내용의 개연성에 대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야동에서 내용의 개연성을 찾다니 그 당시 나는 참 순진했던 것 같다.

그 뒤 나는 민뽀를 야동왕 아니 야동 대제로 인정했다. 대제는 충성스러운 국민에게 내게 동, 서양의 다양한 문물을 소개해줬고 새로운 문화충격을

받을 때마다 그날의 생생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몇 편의 기록을 민뽀에게 보여줬을 때 “너는 글로 사람을 세우는 재주가 있구나!” 라며 나의 야동 관찰 일기를 극찬했다.

수많은 야동을 감상하시고 어느 순간부터 봐도 꼴리시지 않는다는 휴지끈이 긴 전설의 야동 대제께서 극찬을 아끼시지 않다니 가문의 영광이었다.

그리고 친구들은 나의 필체로 담긴 야동 관찰 일기를 서로 돌려보기 시작했다. 당시 야동에 굶주려 있던 스치기만 해도 벌떡이라는 발기 왕성한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친구들은 나의 야동 관찰 일기 덕분에 이두박근이 늘어난 녀석도 손목 터널 증후군에 시달리는 녀석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커진 것은 당시 미대 진학을 꿈꾸던 친구 녀석이 야동 관찰 일기를 보고 감딸한 뒤 그 여운을 잊지 못해 직접 그림으로 그렸고

그림과 일기가 본격적으로 우리 반에서 돌기 시작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고 휴지가 길면 끊긴다고 우리 반에서 돌던 음담 자료는 담임 선생님

께 발각되고 말았다.

“이거 쓴 놈하고 그린 놈 나와.”

나와 그림을 그린 친구는 교탁 앞으로 나갔고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때리시기 전에

“야 이 새끼들아! 너희는 재주를 이런 데다 쓰냐? 부모님이 너희 이러고 다니는 거 아셔?” 라고 하시며 회초리로 내 이마를 때리시며 물으셨다.

“성성이 너 아버지 뭐하셔?”

“고추 농사짓는데요.”

다른 사람 고추가 나오는 야동 보고 관찰일기 쓰는 놈의 아버지는 고추농사라… 그동안 우리 아버지께서 뭐 하는지 몰랐던 같은 반 친구들은

거의 자지러지게 웃고 있었다. 심지어 담임 선생님은 웃음을 꾹꾹 참으시며 “야..이 큭.. 새킄.. 아.. 미치겠다..” 라고 하시며 웃음을 참다

“아버지는 자식새끼 가르치시겠다고 땡볕 아래서 고생하시면서 고추 농사지으시는데 아들놈은 이런 거나 쓰고 있냐..” 라며 상투적인 지적을

하셨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친구의 차례..

“야! 너는 아버지 뭐 하시냐?”

녀석은 말을 하지 못했다. 녀석이 왜 쉽게 말을 하지 못할까 녀석의 아버지는 설마 고위직 공무원, 교사, 성직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해봐. 너는 아버지 뭐 하셔?”

“방앗간요..그리고 저희 고추도 빻아요..”

이번에는 선생님도 참지 못하시고 회초리를 교탁에 놓으시고 교탁을 잡고 큰소리로 웃으셨고 친구들은 책상을 치는 등 더 크게 미친 듯 웃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웃음을 참으시면서

“한 놈은 집이 고추 농사하고 다른 놈은 고추 빻는 방앗간하고..”

나는 그날 선생님께 맞아 죽을 비장한 각오로 나갔는데, 다행히 선생님께서는 “다음부터 이런 거 쓰지 마라!” 라고 하시며 우리 둘을 돌려

보내시는 참교육을 하셨다. 존경합니다 선생님!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유일하게 웃지 못하고 초조하게 긴장했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야동 대제 민뽀였다.paPpt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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